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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 능쟁이와 기름 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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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능쟁이와 기름 유출 사고
상격 입선
이름 조현준
소속 월촌초등학교 4학년

능쟁이와 기름 유출 사고

 

입선 조현준(월촌초 4)

 

하교 후 집에 가니 싱크대에 능쟁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갯벌에서 잡았다가 놓아준 그놈 같았다. 내가 잡은 건 4~5마리 정도였는데, 싱크대에는 2030마리가 소쿠리에 갇혀 바스락 바스락’ ‘뽀글뽀글거렸다. 자세히 보니 이놈들은 집게발로 무언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나무젓가락을 근처로 가져갔더니 눈알이 쑤욱 들어갔다.

한참 재미있게 이놈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이제 이 다 빠진 것 같다며 간장과 함께 청주를 확 부어 버렸다. 엄마가 뭘 하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더니, 능쟁이로 게장을 담가 먹는다고 하셨다. 아빠가 충청남도 태안에서 태어나셨는데, 충청도에서는 능쟁이간장게장을 담가 먹었다고 한다. 아빠가 능쟁이장을 좋아해서 여름에 열무김치, 능쟁이장, 보리밥만 있으면 여름 한철 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능쟁이를 한동안은 태안에서 구경할 수 없었고, 요즘에서야 다시 능쟁이장을 먹는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다가 태안에는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 얼마나 심각했던지 1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산물에서 석유 냄새가 안 난다고 하셨다. 엄마는 아빠 고향에서 태안시장을 가시면 바지락살, 민물새우, 능쟁이 등 서울에서는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것들을 사시는데,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태안시장을 가기가 겁났다고 하셨다.

아니, 얼마나 많이 기름이 흘렀기에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능쟁이에서 기름 냄새가 안 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아빠 고향 태안 남면 바다는 엄청 넓었다. 아무리 기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이 넓은 바닷가를 모두 오염시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엄마가 평소에 과장이 좀 심해서 이번에도 과장을 하는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신진도에서 학암포 해수욕장까지 오염되었었다는 자료에 깜짝 놀랐다. 그 사이에 있는 만리포와 신두리 해수욕장은 어렸을 때 자주 놀러 가던 곳이고, 이 거리는 걸어서는 도저히 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름에 오염된 기러기 사진도 보았는데, 이 새가 기러기라고 짐작되지도 않았다. 이제야 엄마가 하신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이 거리에 있는 모래사장과 갯벌이 모두 기름으로 뒤덮인다면 되돌리는 데에는 10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기름띠가 둘러진 모래사장 사진을 보니 끔찍했다.

올해 1월에도 충남 가로림만 대산 앞바다에서 능쟁이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사람들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기억하고 반성한다면 1월에 능쟁이가 집단으로 폐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산에 공장이 조금 있다고 들었다. 뉴스에서는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맛있는 능쟁이장을 계속 먹고 싶다. 능쟁이가 아니더라도 석유 냄새가 나는 태안시장에서는 수산물을 살 수 없다. 바다 특유의 짠 내를 맡고 싶지 석유 냄새를 맡고 싶지는 않다. 소중한 바다 자원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더욱더 신경 써서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바다가 오염됐을 때 회복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지금 내가 먹는 능쟁이장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능쟁이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능쟁이장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어른이 돼서도 계속 먹으려면 건강한 바다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