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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 바다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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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다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상격 입선
이름 이서연
소속 화도초등학교 4학년

바다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입선 이서연(화도초 4)

 

여름이 되면 나는 동생과 함께 포항에 사시는 외할머니 집으로 간다. 팥빙수 가게를 하시는 엄마, 아빠가 제일 바쁠 때가 여름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서연이랑 다연이 왔어요.”

나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할머니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으시고 달려 나오신다.

왔나? 어데 보자! 억쑤로 마이 컸네.”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는 외할머니는 우리를 볼 때마다 많이 컸다고 하신다. 사실 별로 크지도 않았는데, 외할머니 눈에는 우리가 엄청 큰 것처럼 보이나 보다.

어쩌면 외할머니가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 그만큼 쌓였는지도 모른다.

할머니, 우리 바다 가요!”

서연이는 할매보다 바다가 더 보고 싶었제? 억쑤로 서운타.”

외할머니가 우는 척을 하면서 눈물을 콕콕 찍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우리들은 외삼촌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놀러 갔다. 그곳은 푸른 바다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모래가 부드럽고 시원해서 좋다.

나는 그곳에 가면 늘 양말을 벗고 모래 사이를 발가락으로 행진한다.

우와, 바다다!”

동생 다연이가 먼저 소리쳤다. 푸른 바다가 금방이라도 차창에 부딪칠 것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더운 여름을 시원한 바다와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우리들은 햇빛을 막아 줄 텐트를 쳤다. 동생은 어느새 파도 넘기를 하고 있었다. 모래 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햇살에 반짝였다.

나는 작년처럼 양말을 벗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파도에 젖은 축축한 모래보다 햇빛에 바짝 마른 모래가 더 좋았다.

, 이상하다. 작년보다 모래사장이 줄어든 것 같아.”

내 말에 삼촌이 한숨 섞인 대답을 전해 주었다.

여기 모래가 좋다고 사람들이 가져가서 그래. 아마 내년이면 더 줄어들 거야.”

아이들에게 폭신한 바닷모래를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놀이터나 좀 더 견고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바닷모래를 쓴다고 한다. 그러나 파도가 만들어 내는 모래보다 가져다 쓰는 모래가 더 많으니 모래사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닷속의 지형도 마구 퍼 나르는 모래 때문에 많이 변했다고 한다.

다른 방법으로도 모래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꼭 바닷모래를 가져다 써야 돼요?”

몇 년이 지난 후, 바닷모래가 모두 사라져 모래사장도 없고, 바닷속 에 딱딱한 콘크리트가 깔릴 것만 같은 상상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발가락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부드러운 모래가 따가운 가시처럼 느껴졌다.

외삼촌은 딱히 대답을 찾지 못하셨는지 내 어깨만 토닥여 주셨다. 아마도 외삼촌도 나처럼 답답하신가 보다.

어휴, 정말로 속상해.”

나는 바닷모래 위에 앉아 손으로 모래를 만져 보았다.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바다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지켜 주세요.”

철썩이는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한 번씩 쓸고 갈 때마다 모래들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파도와 늘 작별 인사를 하겠지?

바닷속 생물들과 즐겁게 살고 있는 모래들도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생물들과 늘 작별 인사를 하겠지?

사람들은 바닷모래가 많으니까 나라의 허락을 받고 당당하게 가져다 쓰겠지만, 바닷모래는 고향을 떠나서 다른 곳에 가기 싫을 것이다. 바닷모래는 바다의 보드랍고 시원함 속에서 키득키득 웃고, 수산 생물들의 따듯함 속에서 크득크득 웃으며 살고 싶을 것이다. 나와 동생이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서 살고 싶은 것처럼.

언니, 어서 와! 내가 멋진 모래성을 쌓았어.”

동생의 부름에 달려가려는 찰나 파도가 동생이 만들어 놓은 모래성을 냉큼 삼켜 버렸다. 동생이 울먹이며 또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발로 찼다.

우리 다시 만들자. 언니가 도와줄게.”

동생과 나는 모래성을 새로 만들었다.

모래야! 모래야! 톡톡 쌓아 모래성 만들자!”

모래야! 모래야!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동생과 내 노랫소리가 파도를 타고 저 멀리 바닷속까지 퍼졌다. 외삼촌은 우리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외삼촌의 사진 속에는 나와 동생만 있지 않았다. 하늘과 꼭 닮은 푸른 바다가 있었고, 바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바닷모래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손에 바닷모래는 멋진 모래성으로 변하고 있었다.

외삼촌의 사진 속에는 바다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도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자잘하게 쏟아지는 바닷모래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우리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었다.